서백의 사찰이야기
서백의 사찰이야기146 - 화엄십찰의 한 곳으로 창건 되었던 성주 선석사 본문
경북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선석산 아래 위치한 선석사(禪石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처음 지어진 때는 692년(효소왕 1)에 의상 스님이 화엄십찰(華嚴十刹) 중 하나로 창건하여 절이름을 신광사(神光寺)라 하였으며, 원래의 자리는 현재보다 서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1361년(공민왕 10)에는 나옹 스님이 신광사 주지로 부임한 뒤, 절을 현재의 위치로 이건하였다. 그런데 당시 새 절터를 닦다가 큰 바위가 나왔다 하여 '닦을 선(禪)’자를 넣어 절 이름을 '禪石寺'라 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바위는 대웅전 앞뜰에 묻힌 채 일부분이 땅 위로 나와 있다.
임진왜란 때 전소된 뒤 1684년(숙종 10)에 혜묵, 나헌 스님 등이 중창하였다. 1725년(영조 1)에 다시 서쪽의 옛터로 이건하였다가 1804년(순조 4)에 서윤 스님이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고 대웅전,명부전, 칠성각, 산왕각, 어필각, 정법요 등의 당우를 갖추었다.
세종의 왕자 태실(胎室)이 있는 태봉(胎峰)에서 약 200m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관계로 왕자의 태실을 수호하는 사찰로 지정되어 영조 임금으로부터 어필을 하사받기도 하였다. 이 어필을 보관했던 곳이 어필각이었으나 그 뒤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 영조 어필의 병풍은 정법료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명부전, 칠성각, 태실법당, 산신각, 정법료 등이 있다. 이 중 대웅전은 정면 3칸의 맞배지붕 다포집이다. 이 절의 어필각 주위에는 바람이 불면 이상한 소리를 내는 쌍곡죽(雙谷竹)이라는 대나무 숲이 있었다고 한다. 이 대나무를 잘라 만든 피리는 그 소리의 맑고 깨끗하기가 다른 피리와 비길 바가 아니었으며, 이를 교방적(敎坊笛)이라고 하였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 쌍곡죽이 남아 있지 않다.
주차장에서 본 선석사 전경
사찰 경내로 진입하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누각(편액이 없음) 건물로, 법회의식이나 행사 등을 거행하는 장소로 사용되며, 대개 보제루 혹은 만세루 또는 대양루 등의 이름으로 많이 불린다.
비록 단청은 오래되어 퇴색되었지만, 고색창연한 기품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웅전의 모습이다. 특이하게도 의례이 있어야 할 주련(柱聯)이 보이지 않는다. 건물의 양식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에 다포식 집인 대웅전과 우측의 공사 중인 명부전 건물이고. 그 옆에 명부전도 위치하고 있다.
대웅전에 안치된 석가삼존불
무한한 우주 공간으로 통하는 영기창(靈氣窓)을 통하여 만물이 화생(化生)하여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선석사 불단에는 영기창이 표현되어 있고, 그 창 안에 새겨진 것은 영기문임에 틀림없다. 즉 수많은 영기창을 통해 영기문(靈氣紋)이 생기며 그 영기문에서 만물이 탄생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일향한국미술연구원 강우방 원장이 현대불교신문에 기고한 글을 참고하여 적어 보면, 영기창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기단부에 있다. 그리고 그 영기창에서 신장상이라든가 사자모습, 비천, 보살, 용 등이 역시 영기화생하여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영기문으로 구성한 다양한 형태의 영기창들 안에는 용의 모습이 부분적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보고 싶으나 영기창이 뚫린 판자를 떼어내야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용은 우주에 충만한 대생명력을 상징한다. 즉 용이란 존재는 동물이 아닌 대생명력을 구상화한 추상적 존재이다.
선석사 불단은 우주 그 자체를 상징한다. 말하자면 불단 안에는 영기가, 즉 대생명력이 가득 차 있거나 물이 가득 차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은 대생명력을 상징하므로 영기가 충만하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러한 불단 위에 불보살이 영기화생하는 것이다.
비록 석가여래와 문수,보현보살 등 석가삼존이라 부르고 있지만, 실제는 무량한 여래와 보살을 석가삼존으로 대표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여래와 보살은 원래 보이지 않는 대생명력, 즉 우주에 충만한 생명을 구상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와 보살은 만물의 근원이다.
요사채를 겸한 정법료와 대웅전의 모습
대웅전 앞뜰에 묻힌 채 일부분만 땅 위로 나와 있는 이 바위는 나옹 스님이 신광사 주지로 부임한 뒤, 절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기 위해 절터를 닦다가 큰 바위가 나왔다고 하여 '닦을 선(禪)’자를 넣어 절 이름을 선석사(禪石寺)라 하였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남천당 한규대사(翰圭大師, 1868~1936)의 글씨인 "正法寮" 편액이다. 스님의 법호는 남천(南泉), 법명은 광언(光彦)이며, 경남 합천 출신으로 18세에 해인사로 출가하였다. 해인사 구광루(九光樓) 편액도 스님의 글씨이다. 서울에 선학원(禪學院)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칠성여래를 봉안한 칠성각
산신탱을 봉안한 산신각
산신각 편액과 앙증맞은 귀면상의 모습
대웅전 뒤 산비탈에 모셔진 석조미륵불좌상
'보물 제1608호 성주 선석사 영산회괘불탱'을 화재로부터 소실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방화시설을 하고, 별도의 독립된 전각을 마련하여 괘불을 보관하고 있다.
성주 선석사 영산회괘불탱(보물 제1608호)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연꽃을 든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가섭존자와 아난존자 등 4명의 나한이 배치된 간단한 형식을 취하였다. 본존 석가여래의 수인은 통상의 항마촉지인이나 설법인이 아닌 오른손을 어깨로 들어 연꽃가지를 들고 있다.
이 괘불도는 주상전하 및 왕비전하, 세자저하의 수명장수를 기원하며 1702년에 제작되어 경상우도(慶尙右道) 서진산(栖鎭山) 선석사(禪石寺)에 봉안되었다. 그림의 화기(畵記)에 “영산회도일부봉안(靈山會圖一部奉安)”이라고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도상은 선종의 염화시중과 조선시대에 성행한 선교합일(禪敎合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이 작품은 현재까지 알려진 불화 중에서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내용을 표현한 불화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다. 이 그림을 모본으로 하여 제작된 예천 용문사 영산회괘불탱(1709년, 보물1445호)이 현존 한다는 점 등에서 불화도상의 계승을 살펴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18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괘불화이다.
영산회괘불탱의 영구 보존을 위해 새로 제작된 괘불함과 방화시설
태(胎)를 안치한 태실법당
목아 박찬수 선생이 쓴 "태실법당" 편액
태실법당 안에는 아기를 안고 젖가슴을 드러낸 자모관세음보살입상을 중심으로 좌우로는 태(胎)를 넣은 작은 놋 항아리들이 정렬되어 있다.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신앙 형태로 치부하고 싶지만, 선석사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어떤 연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난다.
바깥쪽에서 본 태실법당과 느티나무 노거수, 그리고 범종각 모습이다.
성덕대왕신종의 종신(鐘身) 표면을 보면 당좌가 연화(蓮花)로 장식돼 있고 그 연꽃을 때려야 종소리를 낼 수 있다. 결국 그 아름다운 에밀레 종소리도 연꽃에서 나오는 것이다. 성덕대왕신종의 표면에 “일승지원음(一乘之圓音)”이란 명문(銘文)이 있는데, 이 글이 화엄경을 비롯한 여러 경전에도 나온다. 그 결과 성덕대왕신종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는 부처님의 원만한 말씀인 원음(圓音)으로, 곧 진리의 소리이다.
한편 고대 중국의 수학 및 천문학 문헌인 『주비산경』에서 "모난 것은 땅에 속하며 둥근 것은 하늘에 속하니,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라고 선언되어 있다. 즉, 동아시아의 전통우주론인 '천원지방(天圓地方)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편액의 '둥글 圓'은 '하늘'이란 뜻이 되므로 '원음(圓音)'은 하늘의 소리, 곧 진리의 소리를 나타내는 편액이다. 그래서 선석사 범종각에는 한쪽에는 범종각 편액을, 다른 한쪽에는 진리의 소리를 뜻하는 원음각(圓音閣) 편액이 걸려 있다.
태실법당 앞에서 본 전경
위 글은 한국의 사찰, 문화재청, 동국역경원, 신석사, 현대불교신문에 기고한 일향한국미술연구원 강우방 원장의 글, 그리고 Daum에서 배포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한 글이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글쓴이 : 서백(徐白) 김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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