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백의 사찰이야기
서백(김춘식)의 사찰이야기203 - 산청의 가장 핫한 장소, 수선사 본문
경남 산청의 지리산 웅석봉 아래에 있는 자그마한 절집 수선사(修禪寺)는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경남 비대면 관광지 3선'에 든 장소로 산청에서 가장 인기있는 힐링 사찰이다. '선(禪)을 닦는다(修)'라는 뜻의 수선사(修禪寺)는 현 주지 스님이 30여 년 전부터 다랭이 논을 사들여 손수 터전을 일궈 가꿨고 뒷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이용한 연못과 정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때가 되면 이뤄진다'는 뜻의 '시절人蓮(인연)'이라는 작은 안내판.
수선사의 주불전인 극락보전 앞 마당은 잔디로 단장돼 있고, 마당 가운데는 '마음 심(心)'을 형상화한 작은 연못이 있다.
각 종교마다 이상향을 보면 기독교에서는 천국(천당), 도교에서는 무릉도원, 유교에서는 태평성대, 불교에서는 극락정토이다. 그런데 기독교의 천당은 죽어서 가는 곳. 불교에서 극락은 실제 사후세계가 아닌 인간세계를 말한다. 극락은 '다할 極, 즐길(풍류) 樂'으로 살아서 가는 곳이다.
산스크리트어 수카바티(Sukhavati)는 낙원(樂園, 극락)을 의미한다. 수카바티는 ‘지극히 즐겁고 평안하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극락은 무량의 광명을 뜻하는 아미타여래가 계신 서방정토(西方淨土)로, 살아서 선을 행한 자가 사후에 가는 천상의 세계라고 한다. 아미타여래의 극락정토는 안락세계(安樂世界), 안양국(安養國), 안양(安養), 안국(安國), 서방정토, 아미타정토, 아미타극락정토, 극락정토, 무량청정토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아미타 신앙이 도입된 신라시대의 극락세계는 아미타불을 일념으로 외우면 현세에서 성불하여 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민간에 구전되어 오면서 사후에 갈 수 있는 세상으로 잘못 인식되어 오늘날에는 영가 천도의식 등에서 사후세계인 극락세계 왕생을 기원하는 염불로 아미타불을 찾고 있다.
靈通廣大慧鑑明 住在空中映無方
영통광대혜감명 주재공중영무방
羅列碧天臨刹土 周天人世壽算長
나열벽천임찰토 주천인세수산장
신통력은 광대하고 지혜는 거울처럼 밝아서
허공중에 머물면서 비추지 않는 곳이 없구나!
푸른 하늘에 늘어서서 불국토(佛國土)에 임하시어
칠성은 공전(公轉)하면서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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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주련의 내용은 ‘작법귀감’ 가운데 칠성청(七星請)의 탄백(歎白)으로 실려 있다. 사실상 불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칠성 신앙은 북두칠성을 ‘부처’처럼 신격화하여 신앙으로 삼은 것이며 일종의 별을 믿는 신앙이다. 칠성 신앙은 인간의 수명과 부귀 그리고 강우(降雨)를 관장하는 신으로 확대되어 고대 민간신앙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도교의 신앙이며 시나브로 우리나라 불교에까지 침투되어 지금도 이를 믿는 실정이다.
칠성 신앙에서는 가장 받드는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를 주존으로 좌우보처는 일광변조소재보살(日光遍照消災菩薩)과 월광변조소재보살(月光遍照消災菩薩)로 설정돼 있다. 다스리는 나라는 금륜보계(金輪寶界)다. 치성광여래는 북극성(北極星)을 부처로 둔갑시켜 부르는 이름이다. 왜 치성광이라고 하였는가 하면 밤하늘에 제일 빛나는 별이 바로 북극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광보살은 태양, 월광보살은 달을 나타낸 것이다. 북두칠성도 모두 성군으로 나타내어 제1 탐랑성군, 제2 거문성군, 제3 녹존성군, 제4 문곡성군, 제5 염정성군, 제6 무곡성군, 제7 파군성군으로 부르고 치성을 올리곤 한다.
영통(靈通)은 신령스럽게 잘 통한다는 표현으로 북극성을 신격화한 치성광여래가 그렇다는 것이다. 북극성이 관장한다는 북두칠성과 더불어 삼태육성(三台六星), 더 넓게는 이십팔숙(二十八宿)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고로 치성광여래의 능력을 넓고 크다는 의미의 광대(廣大)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지혜가 크다는 뜻으로 대혜(大慧)라고 했으며 이 능력을 밝은 거울에 비유하여 감명(鑑明)이라고 했다.
치성광여래가 머무는 곳은 하늘이다. 주재(住在)는 곧 거처(居處)를 말한다. 영무방(映無方)에서 영(映)은 비춘다는 표현이고 방(方)은 사방을 말하기에 ‘영무방’은 사방을 모두 비춘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하늘에서 비춤에 어느 것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열벽천(羅列碧天)에서 벽천은 푸른 하늘을 말한다. 나열(羅列)은 늘어섰다는 표현이다. 푸른 하늘에 별들이 늘어서 있는데 찰토(刹土)를 비춘다고 하였다. 찰토는 부처님이 계시는 국토, 부처님이 교화하는 나라다. 주천(周天)은 하늘의 별자리가 궤도를 따라 한 바퀴 돌아 처음의 위치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쉬지 않는다는 뜻으로 북극성을 비롯한 칠성이 인간 세상을 관장한다는 표현이다. 수산장(壽算長)은 인간의 수명을 늘려주는 일이다.
이렇듯 중국 도교에서는 하늘의 별을 신격화하여 신앙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칠성각에 걸린 칠성도의 주인공은 북극성을 신격화한 치성광여래다. 이를 보살로 나타낼 때는 묘견보살(妙見菩薩)이다. 천존(天尊), 존성왕(尊星王), 묘견존성왕(妙見尊星王), 북신보살(北辰菩薩), 묘견대사(妙見大士) 등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밀교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북두칠성은 모든 별 가운데 가장 뛰어나서 국토를 수호하고 재난과 적을 물리치며 복덕과 수명 증장의 공덕을 가진 보살이라고 여긴다. 이것을 만다라의 도식(圖式)으로 나타낸 것이 묘견만다라(妙見曼茶羅)다.
이런 사상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민간신앙이 불교까지 파고들어 자리를 잡았음이다. 중국 불교에서 도교의 북극성과 북두칠성의 신격화를 받아들인 것뿐 아니라 인도 불교에서는 힌두교의 사천왕, 한국 불교에서는 민간신앙인 산신과 호랑이의 능력을 믿었던 토템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 것을 확실하게 알지 않으면 그만 엉뚱한 길로 가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 출처 : 법보신문 /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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