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백의 사찰이야기

서백(김춘식)의 사찰이야기200 - 적막감이 감도는 산사, 남원 실상사 백장암 본문

사찰이야기

서백(김춘식)의 사찰이야기200 - 적막감이 감도는 산사, 남원 실상사 백장암

徐白(서백) 2021. 8. 21. 16:47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에 속하는 실상사(實相寺)의 부속암자인 백장암(百丈庵)은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지리산 줄기의 수청산(772m)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현재 경내에는 대웅전과 산신각, 요사채 등이 있는 작은 암자이지만, 절 아래쪽의 옛 절터로 볼 때 규모가 상당히 큰 사찰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창건 연대는 불분명하지만, 실상사의 창건(9세기 초)과 역사를 함께 하였을 것이다. 임진왜랑과 정유재란 때는 실상사의 모든 승려들이 이곳으로 피난하여 화를 면하기도 하였다고 전한다. 실상사가 선풍(禪風)을 떨칠 때에는 실상산파(實相山派)의 참선도량으로 이용되었다. 백장암의 중요문화재로는 실상사백장암삼층석탑(국보)과 실상사백장암석등(보물), 백장암청동은입사향로(보물)가 있다.

 

  남원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국보, 높이 5m) / 남원 실상사 백장암 석등(보물, 높이 2.5m)

전형적인 석탑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화강암으로 자유롭게 조성한 이 석탑은 기단부의 구조와 각부의 장식적인 조각에서 특이한 양식과 수법을 보여주는 이형석탑이다. 기단부는 네모난 지대석 위에 별개의 돌로 탑신 굄대를 조성하여 얹고 그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렸다. 1층 탑신 굄대의 상면에는 별다른 조각이 없으나 측면에는 사방에 난간형을 돋을새김하였다. 탑신부에서는 초층 탑신이 너비에 비하여 높으며, 2·3층의 탑신도 줄어듬이 크지 않아 특이한 면을 보이고 있다.

 

초층 탑신석의 한면에는 문비형 좌우에 보살상과 사천왕상이 1구씩 새겨져 있고 나머지 삼면에는 보살입상과 사천왕상(신장상?), 동자상이 장식돼 있다. 2층 탑신 각 면에는 주악천인상(奏樂天人像) 2구씩을, 3층의 탑신 사면에는 천인좌상(天人坐像) 1인씩을 각각 돋을새김하고 있어 조각이 화려하며, 2층과 3층 탑신석의 하단에는 난간을 둘렀다. 1층과 2층 옥개석 하면에는 앙련(仰蓮)을 조각하였고 3층 옥개석 밑에는 삼존상을 조각하였다.

 

옥개석은 각 층 처마가 직선이고 전각의 반전이 경쾌하며 낙수면도 신라 석탑의 일반적인 법식을 따르고 있으나 그 하면은 층급을 이루지 않고 있어 이 부분도 특이한 점이라 하겠다. 상륜부는 약간 결손된 부분도 있으나 방형의 노반 위에 복발·앙화·보륜·보개·수연 등이 남아 있는데, 이는 1980년 2월에 도굴꾼에 의해 파손된 이후 다시 복원되었다. 전체적으로 석탑 각부의 구조가 특이할 뿐만 아니라, 탑신과 옥개석 밑에 섬세하고도 화려한 조각이 가득히 조식(彫飾)되어 더욱더 주목된다.

 

하대석은 팔각의 지대석 위에 복련의 연화대석을 놓고, 그 위에 간주(竿柱)를 세우고 앙련의 연화대석을 놓았으며, 화사석(火舍石)과 옥개석, 상륜부까지 전체의 부재가 완전한 석등이다. 복련의 연화대석 상면 중심에는 간주의 굄대를 마련하였고 측면에는 16판의 단엽앙련(單葉仰蓮)을 둘렀다.

 

간주는 8각으로 아무런 조식이 없다. 상대석은 8각이며 하면에 받침 1단이 모각되었고 측면에 앙련8판이 둘러졌는데 단엽으로 연판 안에는 작은 꽃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앙련의 윗부분에는 8각의 갑석을 둘렀고 그 위에 난간을 장식하였는데, 이렇듯 앙련대석에 난간을 둘러 장식한 석등으로는 유일한 예이다. 화사석은 8각으로 4면에만 장방형의 화창구가 둘러져 있으며 다른 4면은 아무런 조각이 없다. 화창의 가장자리 주변에는 창문을 고정시키기 위한 못구멍이 있는데 이것은 신라 석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낙수면은 약간 경사를 보이고 있으나, 전각부에 이르면서 완만해졌고 합각선은 뚜렷하며, 각 모서리의 전각에 반전이 뚜렷하여 경쾌하다. 머리장식으로는 ‘보주(寶珠)’가 큼지막하게 올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보주 부분이 1989년에 도난되었고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석등은 하대의 연화대석과 상대의 난간에서 동자주(童子柱) 등 주목되는 부재가 많은데, 각 부의 비례가 잘 맞는 우수한 석등으로 평가된다.

 

대웅전(大雄殿)은 천지간의 대웅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셔 놓은 집이다. 그래서 대웅전에는 본존불인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 협시보살인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삼존상을 모시거나 제화갈라보살과 미륵보살의 삼세불이 봉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후불탱화로는 석가모니후불탱화, 영산회상도 등을 모신다.

 

그런데 백장암 대웅전은 좀 다르다. 좌우 협시가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자리하고 있으므로 본존은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취하고 있지만 아미타불이다.  하지만 후불탱화는 또 영산회상도가 걸려 있으니 정말 곤란한 상황이다. 영산회상도에는 본존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문수보살와 보현보살이 시립하고 있고 뒤쪽 좌우에는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 등 십대 보살과 함께 제석천, 대범천이 시립하고 있는 구도이다. 

 

보주(寶珠)는 절대로 귀금석이 아니다. 보주에 대한 이야기는 경전에 나오지 않는다. 보주란 것은 우주에 충만한 기운을 압축한 것이다. 불화를 그릴 때 화승(畵僧)들은 문자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를 조형언어로 표현했다. 바로 붓다의 정수리에서 보주가 나오고, 그 보주에서 다시 육계보주가 나와, 그 보주에서 두 줄기의 서기(瑞氣)가 소용돌이치며 퍼져나간다. 서기의 주변 바탕으로는 서기가 구름같이 피어올라 온 우주을 충만하게 한다.

 

불두(佛頭) 위로는 자색(紫色) 혹은 감색(紺色)의 법계(法界, 공간 자리)를 표현하는데 고려불화는 바탕을 적멸(寂滅)의 공간으로 텅 비게 설정하였지만, 조선불화는 서기(瑞氣)의 장엄으로 가득 채우다 보니 바탕 공간이 그림의 상단 위에 아주 일부만 드러나게 된다.

 

대웅전에 모셔진 아미타삼존도이다. 아미타불은 과거 53불 중 마지막인 세자재왕불(世自在王佛)의 법문을 듣고 48대원을 세우고 출가한 법장이라는 비구였다. 중요한 것은 아마타불의 48대원에서 18번째 서원에서 내 이름을 열 번만 불러도 반드시 극락왕생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아미타불 이름을 열 번만 불러도 극락에 간다고 했으니 지성으로 아미타부처님의 명호를 열 번 불러 극락행 티켓을 미리 받아 놓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산신각 전경
산신각에 봉안된 산신탱화과 독성탱화

산신 : 불교에서 산신은 원래 『화엄경』에서 불법을 외호하는 39위 신중의 하나인 주산신(主山神)이다. 그런데 불교가 민간신앙과 결합되어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예로부터 산의 신령으로 믿어져 온 호랑이와 주산신이 결합하여 산신이 되었다.

 

독성 : 장차 부처가 되리라는 석가모니불의 수기를 받고, 남인도의 천태산에서 남의 도움없이 혼자 깨달았다고 하여 독성 또는 독수성, 독각, 연각, 벽지불이라고 하는데, 천태존자로 부르기도 하며, 전생을 꿰뚫어 보는 숙명명, 미래를 보는 천안명, 현세의 번뇌를 끊을수 있는 누진명과 자리이타의 능력을 지녔다.

 

포토 및 글쓴이 : 서백 김춘식 - 위에 기술한 내용 중에는 '답사여행의 길잡이 6권 - 지리산 자락', '한국의 사찰(대한불교진흥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재청, 그리고 Daum에서 배포한 자료 등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한 글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