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백의 사찰이야기
관룡사 약사전 벽화 본문
경상남도 창녕의 화왕산 관룡사에 있는 약사전은 절을 하기에도 비좁은 전각이지만, 내부 벽면 곳곳에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어 참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창방 위의 가로로 긴 화면에는 4면을 돌며 불좌상이 정연히 그려져 있다. 모두 원형의 두광과 신광을 지고 연화좌에 앉아 합장하고 있다. 광배 옆에는 각 상마다 명호가 기록되어 있는데, 53불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53불 사상은 대승불교의 다불(多佛)사상 가운데 천불사상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많이 신앙되는 것이다. "관약왕약상이보살경"에 따르면 53불을 지심으로 경례하는 사람은 사중오역(四重五逆) 등의 죄가 모두 청정해진다고 했다. 창방 위의 53불도는 세련된 필치와 채색에 명호가 기록되어 있어 사찰벽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건물 내부의 3면에 다양한 벽화가 채색되어 있는데, 세 벽면을 병풍처럼 둘러가며 묘사된 화조화(花鳥畵)는 한 벽면을 4면으로 구획하여 모두 12면에 그려져 있다. 흔히 고승들의 설화나 불보살을 그리는 여느 사찰들의 전각벽화와는 달리 조선후기 궁중의 장식화나 민화로 유행한 꽃과 새의 그림인 화조화를 그려 놓은 예는 매우 드문 경우이다. 수묵 위주의 꽃과 새, 나비와 학이 노니는 정경을 그렸는데 각기 다른 주제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군자와 매화, 그리고 국화와 포도, 연꽃과 난초가 피어 있는 벽화는 다소 거친 필치와 여유있는 공간구성, 문인취향의 수묵 등이 조선후기의 화조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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