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백의 사찰이야기
서백의 사찰이야기182 - 뛰어난 절경의 관악산 연주대에 오르다. 본문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관악산 연주대를 정말 가게 되었다. 칠불산악회 1박2일 특별산행 덕택에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행정구역상으로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산85-2에 자리한 암자다. 관악산 정상 부근의 봉우리 중에 죽순이 솟아오른 듯한 모양을 한 기암절벽이 있는데, 그 위에 석축을 쌓고 자리잡은 암자가 바로 연주대(戀主臺)이다.
원래는 의상대사가 문무왕 17년(677)에 암자를 세우면서 ‘의상대’라 이름했었는데, 고려 멸망 후 조선을 반대하며 고려에 충성을 다하던 충신들이 이곳에 모여, 멀리 개경쪽을 바라보며 고려를 그리워하여 ‘사모할 戀, 주인(임금) 主’의 연주대(戀主臺)로 이름을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조선 태종(재위 1400∼1418)이 셋째왕자 충녕대군을 장차 태자로 책봉하려 하자 이를 눈치챈 첫째 양녕대군과 둘째 효령대군이 궁을 나와 관악산에 입산 수도하면서, 이 연주대에 올라 왕궁을 바라보며 왕좌를 그리워하였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이때 양녕대군이 스님에게 준 오언절구 한시가 전한다. 한시는 “山霞朝作飯 蘿月夜舂燈 獨宿孤巖下 惟存塔一層(산하조작반 나월야용등 독숙고암하 유존탑일층)”이다. 한시를 풀어 쓰면 “산노을로 아침밥을 짓고, 여라(女蘿)의 덩굴에 걸린 달이 불을 밝히네. 홀로 외로이 바위 아래 오로지 탑 한층만이 남아있네”라는 뜻이다. 또한 효령대군은 여기에서 오랫동안 수도하였기에 그의 초상화가 보존되어 내려온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왕조 개국 초에 무학대사의 권유를 듣고 태조는 도읍을 한양에 정함에 즈음해서 이 연주대에 친히 올라 국운장구를 빌며 원각(圓覺)·연주(戀主) 두 절을 짓고 한양을 비치는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진정시키고자 하였다고 한다.
관악산 정상에 위치한 기상관측소 전경.
연주대 법당 건물은 3평 남짓한 규모로 맞배지붕이며,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이다. 건물 내부 불단에는 주존불인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 협시보살은 는 미륵보살과 제화갈라보살을 모셨고, 그 좌우로는 나한들을 봉안한 응진전이다. 그 뒤에는 우뚝 솟은 말바위(馬巖)가 있어서 이 바위에 올라타면 득남할 수 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연주암의 금륜보전에는 칠성탱을 중심으로 좌우측에는 독성탱과 산신탱이 봉안되어 있어서 다른 사찰에서는 흔히 삼성각이라고 불리는 전각이다. 하지만 연주암에서는 삼성각이 아닌 금륜보전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해강 김규진의 필적인 '金輪寶殿' 편액.
연주암 대웅전 앞에 서 있는 3층 석탑이다. 연주암은 통일신라 문무왕 17년(677) 의상대사가 ‘관악사(冠岳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다. 그 후 여러 차례의 단장을 거치고, 양녕대군과 효녕대군이 머물면서 연주암이라 부르게 되었다.
탑은 1층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리고 머리장식을 얹은 형태이다. 바닥돌에는 연꽃을 둘러 장식하고, 기단 네 모서리와 탑신의 몸돌에는 기둥모양을 새겼다. 두툼한 지붕돌은 밑면에 1층은 4단, 2·3층은 3단의 받침을 두어 규칙성을 잃고 있다. 꼭대기에는 노반(露盤:머리장식 받침) 위로 앙화(仰花:활짝 핀 연꽃 모양의 장식), 보주(寶珠:구슬 모양의 장식)가 놓여 머리장식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정연하고 균형 잡힌 안정감을 준다. 조선 태종의 첫째 왕자인 양녕대군과 둘째 왕자 효령대군이 셋째 왕자인 충녕대군에게 왕위를 계승할 것을 부탁한 후 궁궐을 나와 이곳에 머무르며 수도할 때, 효령대군이 세운 탑이라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기단이 1층이고, 탑신의 지붕돌이 두툼하고 받침수가 줄어드는 등 조성수법에 있어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을 보이고 있어 고려시대의 탑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단 갑석 상면에는 굄대를 각출하여 탑신부의 옥신을 받치고 있어 고려 시대 굄석 삽입의 양식임을 말해 주고 있다.
(연주대 사진 - 문화재청)
[포토 및 글쓴이 : 서백 김춘식 - 위에 기술한 내용 중에는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허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재청 등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한 글이 함께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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