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첨성대

 

 

 

 

 

 

 

 아무리 국보라도 올바른 이해가 없으면 존경은 커녕 모멸감이 앞서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주 첨성대(瞻星臺·국보31호)다. 교과서적 지식으로 말하자면 제27대 선덕여왕 때 건립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대이다. 그러나 막상 그 앞에 가 보면 높이 10m도 안 되는 초라한 규모인지라 안쓰러운 마음이 일어난다. 저것도 천문대라고 올라가 하늘을 관측했다는 것인가. 차라리 언덕 위에 올라가 볼 것이지.

 그러나 첨성대는 그런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구조에 있다. 첨성대에는 자연에 관계되는 많은 상징성과 그 변화의 기준을 잡아내는 관측 기능이 있다. 첨성대는 정사각형 기단 위에 두께 30㎝의 돌을 27단으로 쌓아올린 병 모양의 형태로 정중앙에는 네모난 창이 뚫려 있고 꼭대기에는 2단의 정자석(井字石)이 모자처럼 얹혀 있다.

 기단석은 동서남북 4방위에 맞추고 맨 위 정자석은 그 중앙을 갈라 8방위에 맞추었으며 창문은 정남이다. 정남으로 뚫린 중간의 창문은 춘분과 추분에 태양이 남중(南中)할 때 광선이 창문 속 바닥(내부는 11단까지 흙으로 채워져 있음)까지 완전히 비치고, 하지와 동지에는 창 아랫부분에서 광선이 완전히 사라진다. 즉, 춘분과 추분의 분점(分點)과 하지와 동지의 지점(至點)을 정확히 알려준다.

 구조의 상징성을 보면 아래는 네모지고 위가 둥근 것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을 뜻한다. 그리고 지금의 음력은 354~355일이지만 신라 때는 윤달을 두지 않고 음력 1년을 362일로 계산하였다. 첨성대에 사용된 돌의 총 수는 362개(361.5개)로 1년을 상징(4년 평균 음력의 1년의 날수)한다. 돌을 쌓은 27단은 제27대 선덕여왕을 상징하고 27단과 맨 위에 마감한 정자석(井字石)을 합하면 28단으로 별자리의 28수(宿)와 통하고, 거기에 기단석까지 합하면 29단이 되어 한 달 길이에 해당된다. 가운데 난 창문을 기준으로 아래위가 12단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1년 12달과 24절기를 의미한다.

 얼마나 절묘한 구조인가. 그리고 형태미는 얼마나 아담하고 곡선미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첨성대는 맨 위 정자석의 길이가 기단부의 꼭 절반일 정도로 치밀히 설계된 것이다. 이런 상징성을 염두에 두고 첨성대를 바라보면 신라인의 과학과 수학과 예술에 절로 존경심이 일어난다.〈유홍준의 국보순례［65］-  명지대 교수. 미술사〉

 

 부연설명 - 첨성대의 몸체 27단에 기단석 2단과 정자석 2단을 모두 합쳐 31단이다. 또한 고대의 우리 조상들은 첨성대를 바라 볼 때, 정자석 위에 보이는 하늘을 1단으로 보고 첨성대를 받치는 기단석 밑에 기초석인 땅을 또 1단으로 보았다. 그래서 모두 33단이 돼서 33천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선덕여왕은 31단의 인공 구조물에 땅과 하늘을 불러 모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도리천에 갈 수 있는 33단의 사다리를 완성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