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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눈과 코 사이 작은 구멍은 고성능 적외선 감지기

徐白(서백) 2014. 3. 8. 17:33

 

뱀의 눈과 코 사이 작은 구멍은 고성능 적외선 감지

입력 : 2013.11.23 03:01


	멸종위기동물 구렁이가 몸을 둥글게 만 채 입을 벌리고 있다.
멸종위기동물 구렁이가 몸을 둥글게 만 채 입을 벌리고 있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겨울잠 자려고 양지 바른 산자락을 슬금슬금 오르는 뱀. 그놈 잡겠다고 이곳저곳 동네 뒷산에 촘촘히 그물을 둘러 쳐 놨던 터라 덫에 걸리기도 했겠지. 발기부전 치료제 탓에 야생동물들이 살판났나 했는데 아직도 저런다. 이미 개구리들이 죄다 땅속에 꼭꼭 숨었으니 도리 없이 뱀도 들쥐들이 파놓은 땅굴이나 너럭바위 밑 깊고 배 좁은 틈새에 벌써 들었다. 땡땡 얼고 쫄쫄 굶으면서 똬리 굴에 떼거리로 동면하기에 땅꾼들이 뱀 굴을 만났다면 손쉽게 노다지를 캔다.

뱀은 파충류(爬蟲類)로 우리나라 뱀과 동물에는 유혈목이(꽃뱀)·구렁이·살모사 등 11종이 있다. 뱀은 변온동물이라 대체로 외부 온도에 의존하기에 조류와 포유류가 속하는 정온동물에 비해 먹이는 10분의 1가량 먹으면서도 더 오래 견딘다.

뱀눈은 보기엔 멀쩡하지만 실제 장님이나 다름없고, 귀머거리에 코도 형편없다. 하여 눈, 코의 할 일을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혀가 대신한다. 연방 날름거려 공중의 냄새 분자를 혀끝에 묻혀 입 천장에 있는 야콥슨기관(Jacobson's organ)에 집어넣어 감각한다. 더불어 귀도 절벽이라 땅바닥 진동으로 소리를 느낀다. 또한 눈과 코 사이의 작은 구멍(pit organ)은 0.003도까지도 구별하여 새나 쥐 같은 것을 추적하니 예민한 적외선 감지기인 셈이다.

왼쪽 허파는 퇴화하고 오른쪽 것으로만 활동하며, 등뼈가 자그마치 300~ 400여개로 자잘하고 짤막짤막하기에 빙글빙글 똬리를 튼다.

뱀눈은 감고 뜨는 눈꺼풀이 없이 투명한 막으로 덮였고, 요지부동의 눈알로 부라리고 빤히 노려보기에 넌덜머리 나게 매섭고 독살스럽다. 그래서 가늘게 뜬 매정한 실눈을 뱀눈에 빗댄다.

그리고 구렁이처럼 주행성인 것은 눈동자가 사람처럼 똥그랗지만 오밤중에 돌아치는 야행성 살모사 따위는 고양이 눈동자같이 세로로 짜개졌다. 그리고 까슬까슬하고 가지런히 포개진 배 비늘(복린)과 척추에 한 쌍씩 나는 갈비뼈로 꾸불꾸불 배밀이 하는 운동을 사행(蛇行)이라 하는데, 뱀은 죽어도 뒷걸음질치는 법이 없다.

뱀은 네 다리 동물에 속하지만 담벼락이나 굴을 기어드는 데 다리가 거추장스럽기에 송두리째 퇴화하고 몸속에 뒷다리 뼈만 흔적 기관으로 남았다. 그래서 뱀을 불에 그슬리면 뒷다리가 음경처럼 항문 끝에 삐죽 솟아나온다. 그런데 뱀 그림에 쓸데없이 발을 덧다는 군짓을 하여 오히려 그림을 못 쓰게 만드니 화사첨족(畵蛇添足·蛇足)이다.

그리고 뱀이나 도마뱀 무리는 엉뚱하게도 음경 끝자락이 두 가닥으로 짜개진 반음경(半陰莖·hemipenis)이다. 팔다리가 없는지라 삽입된 음경이 어설프게 빠져버릴 수 있지만 신통하게도 두 가닥을 양옆으로 좍 벌려 앙버틴다. 또한 무독한 뱀은 먹잇감을 세게 조여 숨통을 끊지만 독뱀은 물어서 죽인다.

그런데 살모사는 수정란이 어미 몸 안에서 까여 새끼로 태어나는 난태생(卵胎生)을 하는데, 이른바 살모사(殺母蛇)란 말은 새끼들이 어미 배를 가르고 나왔을 것이라고 수상쩍게 여겼던 탓에 붙은 말이다. 결코 어미를 해치거나 다치게 하지 않으니 억울하고 애먼 살모사 새끼로고. 한데 뱀 중에 돌연변이로 색소 유전자가 없어진 백사(白蛇)가 생겨난다. 그 비싼 백사! 백사는 허물을 벗어도 희고, 뱀은 죽어도 뱀이라 했겠다. 한데 이승에서 음흉한 짓을 많이 하면 뱀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 아무렴 선생복종(善生福終)해야 할 터인데….


조선일보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