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백의 사찰이야기112 -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보현산(부약산) 법룡사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방학만 되면 외할머니댁에 놀러갔다. 외할머니 집은 화북면 용소리 보현산 아래에 외딴집이였고, 용소 마을에서는 청국댁으로 통하는 외할머니께서는 매우 엄한 성격이었지만, 신심은 매우 돈독하여 평생을 절에 다니셨는데, 그때 할머니와 함께 가본 곳이 법룡사(法龍寺)이다. 지금은 댐공사로 수몰되어 마을이 없어지고,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으로만 기억되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보현산(普賢山)은 경북 영천시 화북면과 청송군 현서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불교에서 보현보살은 부처님의 우협시로 코끼리를 타고 있는데, 이 산을 멀리서 보면 마치 코끼리를 닮았다 해서 보현산(普賢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현산 주변에 용화, 보현, 공덕, 법화, 정각(절골) 등의 마을 이름이 불교식 용어에서 온 것으로 보아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보현산(해발 1,124m)을 중심으로 베틀봉(862m)과 민봉산(1,113m) 등이 동서방향으로 이어져 보현산맥을 이루고 있으며, 이곳에서 팔공산과 가지산 등의 지맥이 갈라진다. 보현산 기슭에는 법화사터와 정각사터3층석탑, 법룡사 등이 있으며, 〈화산지 火山誌〉에는 중복(中伏)에 생겨 말복(末伏)에 없어지는 얼음샘인 빙혈(氷穴)이 있다는 기록이 전한다. 보현산 정상에는 1996년 완공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천문대가 있고, 동쪽 기슭에는 천년고찰 거동사와 영천댐이 있다.
행정구역상 경북 영천시 화북면 입석리 보현산, 정확하게는 부약산(夫藥山) 정상부에 위치한 법룡사의 창건 유래는 기록으로 전해오는 것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전 영천군 신령에 살고 있던 한 보살이 몸이 아픈 남편을 위해 삼칠일(21일)을 밤낮으로 단식 기도를 하던 중에 보현산으로 남편의 약을 구하러 가자는 현몽을 하고, 보현산에 가서 귀중한 산삼 세 뿌리를 캤으며 그 산삼을 먹고 남편의 병이 완쾌되었다고 한다.
그 보살은 너무 감사한 마음에 다시 감사 기도를 하는데, 관세음보살이 나투시어 보현산 백호처에 절을 지으라고 일러주시길래 그곳에 절을 지었는데 그 절이 바로 법룡사이다. 보살의 정성스런 기도 영험으로 이 산에서 지아비의 병을 났게 한 약초(산삼)를 캤다고 하여 부약산(夫藥山)이란 산 이름이 붙었지 않나 추측 된다. 실제 그 절터는 옛날에 보현사라는 암자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대웅이란 법화경에서 석가모니를 ‘위대한 영웅, 즉 '대웅'이라 하는데서 유래된 부처님의 덕호이며, 대웅전이란 천지간의 대웅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셔 놓은 집이란 뜻이다. 격을 높여 대웅보전이라고도 한다.
건물 양식은 팔작지붕에 겹처마이며, 정면 3칸, 측면 3칸의 규모로 포는 익공식이고, 창호는 전면 모두 사분합빗살문을 달았고, 측면에는 이분합문을 달았다. 대웅전 전면 기둥에 걸린 주련의 글을 해석하면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塵點劫前早成佛(진점겁전조성불) 한없이 오랜 옛적에 이미 성불하시어
爲度衆生現世間(위도중생현세간) 중생 제도를 위해 이 세상에 오셨네
嵬嵬悳相月輪滿(외외덕상월륜만) 덕 높으신 부처님 보름달 같이 환한 모습
於三界中作導師(어삼계중작도사) 삼계 중생 모두를 바른 길로 이끄시네.
대웅전이라는 편액으로 봐서는 석가모니불이 봉안되어야 하지만, 이곳 법룡사 대웅전 본존불은 아미타여래좌상이다. 자세는 등을 곧게 세우고 고개를 바로 든 모습의 반가부좌상으로 상체에 비해 하체가 크게 조성된 듯하다. 아미타여래상은 머리는 육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며 중앙계주를 표현하였고, 나발의 표현이 촘촘한 편이다. 얼굴은 방형에 가깝고, 턱선을 비교적 둥글게 처리하였으며,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서로 조화를 이룬다. 짧은 목 아래로 세 개의 주름인 삼도(三道)를 뚜렷이 표현하였다. 옷은 양어깨를 모두 덮은 통견이고, 가슴 아래로 수평의 군의(裙衣)자락이 보인다. 옷주름은 어깨와 소매, 반가부좌한 발목 아래를 중심으로 간략히 표현되었다.
대웅전 신중단의 위태천(동진보살)을 중심으로 한 24위(位) 신중탱화다. 신중은 부처님께 귀의하여 수행정진하면서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투구를 쓴 모습의 위태천을 중심으로 한 때에는 주로 팔부신중이 좌우에 배치된다.
대웅전 지장탱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중생을 다 구제한 다음 부처님이 될 것을 서원한 보살로서, 아주 큰 서원을 세웠다하여 대원본존이라고도 한다. 지장탱의 주존인 지장보살은 깎은 머리에 가사(袈裟)를 입은 사문(沙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왼손에는 어둠을 밝힌다는 투명구슬(掌上明珠)과 오른손에는 육환장(六環杖)을 들고 있는 모습이고, 도명존자와 무돋귀왕이 좌우에 시립하고 있는 구도이다.
대웅전 오른쪽 건물에는 산명(山名)과 사찰명(寺刹名)이 적힌 "夫藥山法龍寺(부약산법룡사)" 편액이 이 절의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다.
"夫藥山法龍寺(부약산법룡사)" 편액이 걸려있는 요사채 건물 기둥에는 불교 경전 '천수경'에 나오는 사홍서원을 새긴 주련도 걸려있는데, 사홍서원은 보살의 길을 가는 불자 모두에게 공통되는 네 가지의 큰 서원을 말한다.
衆生無遍誓願度(중생무변서원도) 중생을 다 건지 오리다.
煩惱無盡誓願斷(번뇌무진서원단) 번뇌를 다 끊으 오리다.
法門無量誓願學(법문무량서원학) 법문을 다 배우 오리다.
佛度無上誓願成(불도무상서원성) 불도를 다 이루 오리다.
南無阿彌陀佛 (나무아미타불) 아미타불에 귀의합니다.
근래에 새로 지은 건물에 걸려 있는 "一蘆閣(일로각)" 편액이다.
"一蘆閣(일로각)"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는 이 건물은 요사채겸 종무소와 공양간 역활을 하고 있다.
우측의 단청된 건물에는 중앙 칸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산령각(山靈閣)이고, 우측에는 칠성각이 자리하고 있다. 어느 사찰에서나 볼 수 있는 산신탱과 칠성탱을 봉안하고 있다.
산령각은 우리나라의 토속신인 산신과 호랑이를 봉안한 곳으로 산신각이라고도 한다. 불교에 수용되면서 사찰을 수호하는 외호신이 되여 사찰의 제일 위쪽에 위치한다. 산신은 도교에서 유래한 신으로 불교가 전래되기 전에 민간에 널리 신앙되었던 토속신이다. 산신 옆에는 호랑이도 함께 하는데, 보통 호랑이와 산신을 같다고 본다. 즉 호랑이가 의인화된 것이 바로 산신이다.
원래 칠성신앙은 인간의 길흉화복과 수명을 별이 지배한다는 도교의 믿음에서 유래한 신으로 민간에 널리 신앙되었던 토속신이다. 중국에서 형성된 다음 우리나라에 들어와 수명 장수신으로 불교에 수용되었다. 칠성각은 조선중기 이후에 민간에 뿌리내리기 시작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전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