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를 닮은 매화나무인 산청삼매를 찾아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잔설 속에서도 가장 먼저 새봄을 알리는 매화(梅花)는
설중매(雪中梅) 또는 설중한매(雪中寒梅)로도 부른다.
또한 매화의 향기는 예로부터 '귀로 듣는 향기'라 했다.
예로부터 매화는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불리며 절개의 상징으로
불의에 굴하지 않고 세상에 물들지 않는 올곧은 선비의 정신에 비유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매화 10선이 선정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3그루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삼매(三梅)로 산청 삼매(山淸三梅)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산청 삼매는 세속을 등진 채
은둔생활을 했던 옛 선조가 뜰에 심어놓은 것이다.
산청군 시천면 사리 산천재 뜰에 남명 조식선생이 직접 심은 수령 450년 된 남명매가 있고,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예담촌의 한 가정집에 670년 되 원정매가 있으며,
나머지 한 그루는 산청군 단성면 운리 단속사지에 있는 수령 630년 된 정당매이다.
▲ 단속사지에 있는 매화나무로, 강회백이 직접 심은 정당매
고려 우왕 때 통정(通亭) 강회백(姜淮伯, 1357~1402), 강회중 형제는
사월리(沙月里) 오룡골(五龍)에서 출생하여 유년시절 지리산 자락의 신라고찰 단속사에서
공부할 때 직접(手植) 심은 매화나무라고 한다.
강회백이 정당문학(政堂文學) 겸 대사헌 벼슬을 하게 되자, 벼슬의 명칭을 붙여
정당매(政堂梅)라고 부르게 되었다. 노후에 강회백은 단속사를 찾아 매화나무를 보고
시를 한 수 읊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본래의 나무는 죽고 현재 있는 나무는
100년 전에 심은 것으로 경상남도 보호수 제260호로 지정되어 있다.
강회백이 단속사를 찾아 매화나무를 보고 읊은 시(詩)
우연히 옛산을 돌아와 찾아보니
한 그루 매화향기 사원에 가득하네.
나무도 옛 주인을 능히 알아보고
은근히 눈 속에서 나를 향해 반기네.
▲ 산천재 뜰에 있는 매화나무로, 남명 조식(南冥 曺植) 선생이 직접 심은 남명매
남명(南冥) 조식(曺植, 1501~1572) 선생은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이고
영남학파의 거두이다. 명종과 선조로부터 중앙과 지방의 여러 관직을 제안 받았으나
한 번도 벼슬에 나가지 않고 평생 제자를 기르는 데 힘썼다.
남명 조식(南冥 曺植, 1501~1572) 선생이 61세에 천왕봉이 바라 보이는
이곳에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직접 심은 수령 450년 된 남명매이다.
기품있는 모습은 선비의 기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작은 매화 아래서 책에 붉은 점 찍다가
큰소리로 요전을 읽는다.
북두성이 낮아지니 창이 밝고
강물 넓은데 아련히 구름 떠 있네.
▲ 남사 예담촌에 있는 매화나무로, 원정 하즙(河楫) 선생이 직접 심은 수령 670년된 원정매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남사마을은 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양반마을이다.
남사예담촌으로도 잘 알려진 이 마을은 전통한옥과 토담, 돌담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벼슬길에 나섰거나 관직을 버리고
낙향한 양반가가 많아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는 품격 있는 매화가
고택마다 수백 년 수령을 자랑하며 자리 잡고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는
고려말 문신 원정 하즙(1303∼1380)이 직접 심었다는 원정매(元正梅)이다.
원정매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낼 수는 없어서인지 어느 해부터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한다.
600여 년의 아름다운 자태를 뒤로 한 채 2006년 고사(枯死)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원정매가 고사하기 몇 해 전 밑둥치에서 나온 가지가 살아남아
탐스러운 홍매화를 피우고 열매를 맺고 한다. 원정매 바로 옆에는 씨앗이 떨어져 뿌리 내린
또 다른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매화나무는 키는 5m 정도 자란다. 줄기는 거칠며 검은색이나 어린가지는 초록색이다.
잎은 어긋나고 난형이며, 잎 가장자리에는 뾰족한 톱니가 나 있다.
잎의 앞뒤와 뒷면 잎맥 잎자루에 부드러운 털이 나 있다.
꽃은 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나와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피는데 향기가 강하며,
잎겨드랑이에 1~2송이씩 달린다. 꽃자루가 거의 없으며 5장의 꽃잎은 난형이고,
수술이 많으며 암술은 1개이다. 열매인 매실은 처음에는 초록색이었다가
7월쯤이면 노란색으로 변하며 매우 시다.
매실로는 술을 빚기도 하는데, 더위먹었을 때 밥먹기 전에 한 잔 마시면 입맛이 돌며,
밥먹은 다음 마시면 소화가 잘 되고, 특히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을 보기 위해 심을 때는 매화나무, 열매를 얻기 위해 심을 때는 매실나무라고 부른다.
(출처 : Daum 자연박물관 신현철(申鉉哲) 글)